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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야기

디지털 저장강박증.. 또 하나의 병을 얻게 되나?

by 수쌤엔젯 2023.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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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생산되는 새로운 병명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때가 있다. 새로 구매한 노트북을 사용하기에 앞서 이전 노트북에 저장된 사진들을 단 칼에 지우지 못하고 있을 즈음 ‘디지털 저장강박증’ 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또 하나의 병을 얻게 되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 싸이월드의 소환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포털과 블로그(?), 미니 홈피 등에 있던 나의 사진과 영상 등과 같은 디지털 유산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당시에도 새로운 블로그나 미니 홈피를 만들 때 차마 이전 싸이트에 남겨진 사진들을 지우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미 그 때부터 ‘디지털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던 가운데 싸이월드의 소환 소식을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힘들게 아이디를 찾아 싸이월드 계정을 복구한 이유는 그 당시 차마 지우지 못했던 나의 흑역사를 없애기 위함 이였다. 다행히 나의 사진들은 별다른 이유도 모른 체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이란?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인터넷 또는 개인기기에서 사진, 파일, SNS 대화내용 등을 일정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더라도 없애지 못하고 저장해두는 강박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물론 병원에서 사용되는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혹시 ‘나도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디지털 저장강박증에 대해 잠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생기는 이유

 

일단 정서적인 요인이 크다고 한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을 겪고 있는 사람의 경우 디지털 데이터 등을 지움으로써 자신의 가치 역시 지워지며, 나중에 반드시 그 데이터를 다시 사용할 때가 올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지우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평소에 불안함이나 우울증과 같은 감정의 문제가 있을 경우 디지털 저장강박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마치 지난 사진을 지우게 되면 그 당시 느꼈던 모든 감정들을 잃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긴다고 한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일상 생활에 영향을 줄까?

 

서울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소영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데이터를 잘 지우지 못하고 사진을 저장한 것을 분류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들의 경우 디지털 저장강박으로 인해 회사 업무 등 본인이 원래 해야 할 일을 빠르게 수행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사실 이부분에서 개인적인 호기심이 생겼다. 만약, 디지털 저장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예를 들면, 해킹으로 자신의 디지털 데이터가 사라지는 경우가 생길 경우 어떤 반응, 혹은 증상이 나타날까? 혹시 이성을 잃고 생활을 지속하기 힘들 정도의 후유증이 생기게 될까?


디지털 저장강박증의 진단 기준은 이렇게 디지털 데이터를 잃게 되었을 때 보여지는 행동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이라면 그 동안 수없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디지털 테이터를 분실, 삭제 당하고도 지금껏 잘살고 있는 나는 그러한 강박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과감하게 데이터 버리는 연습해야

 

어차피 디지털 저장강박증에 대한 의학적인 진단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저 증상을 의심해 볼 정도지만, 분명한 것은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디지털 데이터를 삭제할 때 느껴지는 정서적인 어려움, 스트레스, 불안 증상이 크다고 느껴지면 대체로 디지털 저장강박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단순한 귀차니즘으로 디지털 데이터를 삭제하고 있지 않은 것은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아니라고 한다. 아마 나를 포함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유소영 교수는 이에 대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연습인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쓸모없는 사진이나 문서라고 생각되는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연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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