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의 경우라도 핵전쟁이 발생하게 되면 지구상에서 가장 피해를 적게 받을 나라가 뉴질랜드일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 곳의 한국 교민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 역시 평소에 농담처럼 이야기 하는 주제다.
그러던 가운데 영국의 일간지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려서 뉴질랜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 있었다. 뉴질랜드의 오타고대 연구팀이 핵전쟁, 거대 화산 폭발, 소행성 충돌 등과 같은 대재앙으로 갑자기 햇빛이 줄어드는 등 지구에 최악의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가장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비교 분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했는데 역시나 뉴질랜드가 호주와 함께 여러 분야에서 1-2위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섬나라 38곳을 대상으로 13가지의 요소를 평가했는데, 예를 들면 식량생산 능력, 에너지자급도, 제조업 현황, 대재난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었다. 뉴질랜드가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한 것은 아니고 호주를 비롯해 아이슬란드,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등의 생존 가능성 역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다른 나라의 상항은 차치하고, 우선 뉴질랜드에 관한 조사 내용만 간추려 보자.
뭐니뭐니 해도 뉴질랜드의 경우 북반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핵전쟁시 방사능 낙진의 위험이 가장 적어 생존 가능성 부분에서 큰 점수를 얻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중립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어, 미국, 영국과 밀접한 군사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호주에 비해 핵전쟁 발생시 타켓이 될 확률도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번 연구의 저자인 닉 윌슨 뉴질랜드 오타고대 교수의 인터뷰는 잠시나마 뉴질랜드인들을 웃게 만들었다.
"뉴질랜드는 국민이 먹는 식량의 몇 배를 수출한다. 핵겨울이 장기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세계 곡물 생산량이 61% 줄어도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 역시 완벽할 수는 없다. 누구나 지적하는 문제지만 이 곳에는 연료 정제 시설도 없고, 농업 생산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디젤, 살충제, 기계류 등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핵전쟁과 같은 대재앙으로 글로벌 교역이 갑자기 중단될 경우 충분한 식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말은 의미를 잃게된다.
무엇보다 이 번 연구 결과가 몇 달 전에만 나왔더라도 많은 뉴질랜드인들이 소위 국뽕에 취해 어깨가 으쓱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달 발생한 대홍수로 뉴질랜드의 가장 큰 도시인 오클랜드가 쑥대밭이 되었다. 핵전쟁에서 살아남을 지도 몰라도 홍수로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너무 염세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뉴질랜드의 물난리와 이 번에 발생한 터키의 지진 사태를 보면서 "예정된 악재는 더이상 악재가 아니다." 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이 떠올랐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모두가 안심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악재(재앙)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이 번 기사를 읽으면서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 보다 오히려 당장 이 번 주말에 뉴질랜드를 향해 다가오는 사이클론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도 고요해 더 무서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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