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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이야기

생각보다 심각한 뉴질랜드 학교 교육 현실

by 수쌤엔젯 2023.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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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라면 매일 학교에 정상적으로 출석을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쩐일인지 뉴질랜드에서는 학생들의 무단결석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학생들의 무단결석율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무려 7천만 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학생들의 무단결석율

 

현재 뉴질랜드 학생들 가운데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등교를 하는 학생들이 겨우 절반을 넘는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코로나의 여파로 인하여 지난 3년 동안 잦은 휴교가 있기도 했고 올해(2023) 최악의 사이클론과 홍수 피해, 그리고 최근의 대규모 교사 파업 등으로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려웠던 이유도 있었지만, 현재의 무단결석율은 분명 뉴질랜드 교육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3학기 각급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46%만 규칙적인 등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가장 낮은 출석률로 1년 이상 전혀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도 1,000여 명이나 되는 등 뉴질랜드 학생들의 출석률은 호주, 영국, 미국과 같은 나라와 비교할 때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적인 출석을 하는 학생들을 인종별로 보면 아시안계가 59.1%로 가장 높았고 유럽계가 48.2%, 마오리 33.4%, 그리고 태평양 섬나라계가 33.1%로 조사됐다.

 

정부의 학생 무단결석 대책 발표

 

한국인의 기본적인 생각으로는 납득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최근 정부는 학생들의 무단결석을 줄이기 위해 학교에 출석 관리를 위한 인력들을 추가 배치하는 등 무려 7,400만달러를 투입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미 지난해에도 8,800만 달러가 학생들의 출석관리를 위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무단결색 대책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생들의 출석관리를 위해 약 82명의 인력이 추가 배치되면서 3,000여 명의 청소년들에 대한 출석 서비스 지원, 출석 자료 개선 및 표준화 등이 이루어 지게 되었다. 다시 말해 출석 관리 담당자는 평소 장기적으로 결석하거나 출석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들이 질병 등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 매일 등교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잔 티네티(Jan Tinetti) 현 교육 장관은 대책 발표 현장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교육의 기본인 출석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는 일이 중요하고, 정부는 그렇게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출석률이 떨어지는 학생들에 대한 이른 대처는 큰 차이를 가져온다. 무단결석은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복잡한 문제지만 정부는 학생들의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

 

뉴질랜드-교실-수업모습

 

정부의 무단결석 대책 발표에 대한 반응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제1야당인 국민당은 이러한 대책이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민당의 에리카 스탠포드(Erica Stanford) 교육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반문하기도 했다. 

 

“5년 동안의 출석률 하락 끝에 내놓은 대책이 고작 이정도란 말인가? 출석은 개별적인 맞춤 해결 방법이 필요한 복잡한 문제이다. 국민당은 다분히 관료적인 접근 방식에 기인한 지원에서 탈피하여 일선 현장으로 자원을 집중하여 보다 명확한 목표를 세워 학교와 학부모의 책임을 늘릴 것이다.” 


한편 액트(Act)당은 일일 출석 보고의 의무화와 함께 무단결석 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여러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녀 결석에 관용적인 뉴질랜드 학부모

 

뉴질랜드 학부모들의 40%는 자녀가 한 학기에 1주 이상 결석하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학부모의 3분의 2는 가족 행사가 있을 경우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을 선호하고, 일주일간의 휴가나 스포츠 행사가 있다면 역시 자녀를 결석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다른 학부모들은 자녀가 아프거나 피곤하거나 정신 건강이 좋지 않거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가정에 머물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수업 시간에 90% 이상 참석하거나 2주에 하루 이상 결석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되는 정기적 출석률은 2015년 70%에서 2019년 58%로 떨어진 후 2020년 64%로 다소 올랐다가 2021년 60%로 다시 하락했다. 호주의 경우 학생들의 출석률은 지난 2019년 73%로 뉴질랜드보다 높았고 영국과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등은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교육계가 직면한 이러한 무단결석의 문제를 단순히 팬테믹의 영향으로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뉴질랜드만의 태생적 혹은 구조적인 문제로 보아야 할지 다방면으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 때문이라도 현재 뉴질랜드 학생들의 무단결석율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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