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혹은 가족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최근 인터넷(유튜브)에서 인슐린 펌프에 관한 소개가 부쩍 많아진 것을 느낄 것이다. 본인에게 필요한 만큼 인슐린의 양을 조절해 가며 마음껏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당뇨인이라면 모두가 부러움의 시선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정확한 기전을 모른 체 그저 사연을 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만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검색을 해봐도 의료인들마다 주장이 달라 오히려 머리속만 더 복잡해지곤 한다.
오늘 내용은 인슐린 펌프에 대한 소개는 아니고 인슐린에 그 자체에 대해 좀 더 근원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당뇨인으로서 어떤 치료과정 혹은 어떤 자세로 당뇨를 맞이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선택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당뇨병의 기전
당뇨병은 크게 제1형과 2형으로 분류되지만 제1형이 경우 유병률이 적고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가 모두 망가진 경우라 평생 인위적인 인슐린 공급 이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반면에 제2형 당뇨병이 경우 다시 크게 두 가지 기전을 가지고 있는데, 인슐린 분비가 잘 안되는 경우와 분비된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경우가 있다. 아마 이정도 까지는 당뇨인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일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슐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인슐린 총량의 법칙
살면서 흔히 “OOO 총량의 법칙”과 같은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인슐린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 베타세포는 기본적으로 재생이 안되는 세포라서 태어나는 순간 평생 사용할 총량이 결정된다. 즉, 나이를 먹을수록 총량은 계속 줄어드는 구조인 것이다.
사실 한의학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는데, 신(장)의 경우 신허증(신이 허해서 생기는 증상)만 존재하고 신실증(신의 정기가 과해서 생기는 증상)은 없다고 주장하는데 신의 정기는 태어날 때 주어진 것을 평생 조금씩 나누어 사용한다는 생각이다.
정리해 보자면 본인이 20대일때와 60대일때의 인슐린 분비 기능은 당연히 60대일 때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20대일 때 올바르지 못한 생활 습관을 지속적으로 보이게 된다면 그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지며 30대에 이미 60대의 분비 기능을 보일 수도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진단을 받게 되면 평균적으로 총 인슐린 분비 가능양이 50% 정도 남아 있다고 보는데 매해 18-20%정도씩 감소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10년 정도면 체내 인슐린 분비 가능양이 전혀 없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경구용 약물을 먹다가 최종적으로는 결국 인슐린 투여를 하게 된다는 시중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인슐린 총량 지키기
앞서 인슐린 분비 가능양이 매년 18-20% 감소한다고 했는데, 이 감소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서 (보통은 체중 감량과 운동을 통해), 자동차를 예로 들면, 인슐린이 연비를 높이는 방법이다. 적은 인슐린으로 많을 당을 세포내로 운반해서 인슐린 총량의 감소 속도를 줄이는 방법이다.
두 번째로는 인슐린의 외부 투입이다. 외부에서 인슐린을 지원받으면 췌장도 상대적으로 적을 인슐린을 분비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여기에는 기저 인슐린 분비와 식후 인슐린 분비를 나누어서 투여해야 하는 과정이 있어 실제로는 교육을 정확히 받아야 한다.
이러한 인슐린이 외부 투입은 최근 10년간 당뇨병 치료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앞서 설명한 이론적 배경으로만 놓고 보면 선택을 안 할 이유가 없지만 현실에서는 늘 예상을 벗어난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여전히 갑론을박이 많다. 아마도 인슐린 투여의 가시적인 효과가 너무도 커서 당뇨환자들의 기본적 생활 습관 교정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현재 대한당뇨학회 진료지침(2021)에 따르면 당화혈색소가 9%이상 될 경우, 그리고 그에 따른 다음과 다뇨, 체중감소의 증상이 있을 때 인슐린 치료를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의료인들이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준 점이 될 수 있어서 앞서 말 한 의료인마다 주장이 다르다는 말을 뒷받침해주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상 생활을 통한 인슐린 총량 지키기
약물과 인슐린 투여 외에 어찌 보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한 교정이다. 인슐린 저항성의 주범인 비만, 특히 복부 미만을 줄여 내장 지방을 줄이게 되면 췌장 베타세포를 보호할 수 있고 운동을 통해 근육양을 늘리면 인슐린의 연비를 향상시켜 적은 인슐린으로도 충분히 혈당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주범인 탄수화물이나 단당류의 섭취를 줄인다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인슐린 총량 지키기의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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