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는 순간의 그 충격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서 며칠 동안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느정도 마음이 진정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이 바로 ‘운동과 식사 조절’을 통한 치료일 것이다.
거의 매일 당뇨 혹은 생활습관병 환자를 대하는 입장에서 냉정하게 말한다면 ‘운동과 식사 조절’은 치료의 개념 보다는 관리의 개념에 가깝다.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 것이 ‘운동과 식사 조절’의 근본적인 역할이지, 당뇨를 치료해 완치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러한 오해는 당뇨 진단 후 초반 진료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식후 혈당이 2~300을 훌쩍 넘던 것이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마음속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이미 당뇨의 완치를 꿈꾸기 시작한다. 환자를 격려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동기부여를 위해서 계속 열심히 하시면 서서히 약도 줄이면서 나중에는 약 없이 지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응원을 하게되지만…
물론 갑자기 암이 치유되고 당뇨가 사라지는 상식적으로, 혹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확률적으로 상당히 희박해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아무튼, 이렇게 초반기에 당수치가 쉽게 호전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이후로 조금씩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왜냐면, 사람들이 ‘운동과 식사 조절’을 통해 어느 정도 혈당이 관리되면, 곧 예전과 같이 마음껏 먹어도 안정적인 혈당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마음속에서 자라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은 우리가 태어나면서 총량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하게 되면 인슐린 과소비를 막고 인슐린의 효율성이 증대되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100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고 할 때, 꼭 필요할 때만 돈을 사용하면서 아껴 쓴다고 해서 잔액이 증가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대신, 보름동안 철저하게 계획에 따라 소비를 하더라도 16일째 되는 날 외식과 쇼핑에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되면 보름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운동과 식사 조절’을 통해 당뇨의 완치를 지나치게 기대하는 마음은 동기부여에는 도움이 되지만, 나중에 더 큰 좌절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당뇨를 대해야 할까? 당뇨는 평생 친구처럼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당뇨인은 평생 수도승처럼 관리하며 살아야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친구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가끔은 실수도 하고, 동기 부여도 되고, 넉두리도 늘어 놓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과식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당뇨에 좋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할 때도 있다. 그때마다 너무 예민해져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당뇨에는 오히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필요한 순간인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지금 당뇨 전단계의 상태다. 아직 당뇨약은 먹지 않고 있고, 현재 철저하게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하고 있다. 물론 완치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내가 처음 당뇨 전단계임을 알았을 때, 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동안 내가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으면서 살아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만큼 너에게는 많이 힘든 시간이었겠구나..내가 이제서야 알게 되어서 미안해..하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도록 할께.. 아주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예전 모습이 나올 수도 있을 텐데 그 때는 이해를 부탁해..”
마지막으로, 이 글은 다양한 당뇨의 상태와 원인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이야기를 다룬 것인 만큼 개개인의 경우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이건 당뇨는 평생 친구처럼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은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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