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2017년 뉴질랜드 역사상 최연소인 37세 나이로 총리직에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젊은 정부 수반이자 세계 최연소 여성 국가 수장이 되었다.
아던은 총리 자리에 오른 뒤 2018년 6월 동거 중 이던 방송인 클라크 게이포드와 함께 딸 ‘니브 테이 아로하’를 낳고 6주간 출산휴가를 다녀왔다. 그 뒤 모유 수유를 이유로 3개월 된 딸 그리고 그의 파트너와 함께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누구도 정치인으로서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감정에 호소하는 그의 스피치 능력만큼은 그의 반대 세력조차도 인정할 정도였다.
그가 이끄는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국경 폐쇄에 가까운 선언을 하는 초강수를 두며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 인하여 그해 총선에서도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강력한 국경 폐쇄 정책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삶을 점점 피곤하게 만들었다. 서민들이 삶이 어려워지면서 그의 인기 역시 점점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 저신다 아던 총리는 이 번주에 돌연 2월 초에 사임을 발표하며 올 10월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지난 2017년에 시작된 총리직에서 6년 만에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늘 그렇듯 사임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표현은 감정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총리직은 특권적이지만 도전적인 직업 중 하나다. 예상치 못한 도전에 대비해 '탱크'를 가득 채우지 않으면 수행할 수 없다. 지난 여름에 내가 1년 더 총리직을 맡기 위한 '탱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인간이다. 에너지가 고갈됐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딸 니브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등하교를 함께 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장에 있던 파트너 클라크 게이포드를 향해 “우리 이제 결혼식을 올리자”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지난해 1월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으나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취소했다.
정치와 이민 생활의 만족도
아던 총리에 대한 소식은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은 정치와 이민 생활의 만족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저신다 아던 총리는 노동당 소속이다. 이름으로 보더라도 “좌” 쪽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우” 쪽에 해당하는 국민당이 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이미 좌,우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지만 일단 이름은 그렇다.
저신다 아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에도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현지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주로 60대 이상의 자신들을 보수 우파로 부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한결 같은 주장은 저신다 아던은 입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만 잘하지 실제 정책적으로 성공한 것은 하나도 없는 빅마우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나를 주목하게 만들었던 점은 그렇게 아던 총리에 대한 반감이 있는 사람들이 절대로 나를 설득(?)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던 총리에 대한 불만으로 화는 나지만 적어도 적개심과 분노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자신은 아던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이러한 모습은 전 국민이 정치학 박사가 되어있고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올 해 3년 만에 한국을 다녀오면서 제일 걱정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람들을 만나서 어떻게 하면 정치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였다.
세상 어디에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서로 대립이야 하겠지만 솔직히 한국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번 방문에도 술자리 마다 결국은 정치이야기로 분노의 표출장이 되는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 술자리마다 진실을 알려주겠다며 180도 다른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은 정말로 피곤한 일이다.
누가 나에게 뉴질랜드 이민 생활의 만족도를 묻는 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곳에 정치이야기가 없다는 이유가 이민 생활 만족도에 최소한 50% 이상은 차지한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이 곳에도 한국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촛불과 태극기가 등장하고 인터넷 한인 사이트에도 스멀스멀 분쟁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한가지 독특한 점은 이곳에서 와서 까지도 한국 정치에 관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뉴질랜드의 각 정당 대표 이름도 모를 정도로 현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이민자로 타지에 산다는 것은 어쩌면 배수의 진을 치고 살아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당장 영주권 문제며, 생계 문제며, 자식들 문제며…한국의 정치 문제는 어쩌면 이민자들에게는 사치일지도..
오늘은 전 뉴질랜드 총리처럼 이 번에도 총리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리를 던져 버리는 모습을 보고 오랜만에 정치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다음에 한국에 갔을 때는 사람들의 분노가 좀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농담이지만 정치 관련 유튜브 시청 시간에 제한을 두는 법안이 마련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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