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3년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그리고 내가 당뇨전단계에 있음을 알게 된 후 첫 한국 방문이니 무엇보다 식사 관리에 대한 철저한 정신무장이 필요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흰 쌀밥 위주의 식사를 하고 계신 부모님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 심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서울 도착 첫 날부터 예상대로 매 식사가 진수성찬이었다. 3년만에 보는 막내 아들을 위한 사랑의 표현이겠지만, 나에게는 넘어야 할 난관이었다. 사실 어머님께서 현재 당뇨를 앓고 있기 때문에 나의 당뇨상태를 알게 되면 자책하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먹성 좋은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당뇨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거꾸로 식사법이었다. 거꾸로 식사의 방법은 밥 → 반찬 순으로 먹는 대신 야채 → 반찬(고기, 생선, 국거리 등) → 밥이 되도록 순서를 바꾸어 먹는 방법이다. 밥의 양도 평소의 절반 정도를 최대한 천천히 먹었다. 식사 후에는 부모님 과의 대화 타임을 위해 믹스커피를 마시는 호사까지 누렸다.
그렇게 한달을 삼식이 생활을 하면서 보낸 후 나의 당뇨상태에 대한 걱정과 함께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내가 GP등록을 한 병원은 1월 11일에 다시 문을 연다고 해서 11일 오전에 곧 바로 예약을 잡았다. 마침 Medical Certificate도 필요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차피 서둘러야 하긴 했다. 그렇게 피검사를 마치고 나서도 하루 종일 걱정이 떠나지 않았는데 저녁을 먹고나서 맥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산 후 나오는데 검사 결과를 알리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제발 당뇨 전단계만 유지되기를 바라며 검사 결과를 보기 시작했다. 휴.. 살았다.. 예상과 달리 오히려 지난 검사보다도 당화혈색소 수치가 낮게 나왔고 각종 콜레스테롤 수치도 너무 잘 나온 것이다. 나의 건강 염려증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원인 분석을 해보았다.
분명 한식 위주의 과식에 가까운 하루 세끼 식사를 한 달이나 지속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어머니의 정성과 거꾸로 식사법 덕분인 것 같다. 우선 어머님은 음식 준비과정에서 설탕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시고 각종 나물 반찬을 상에 올리시는데, 거꾸로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평소에 좋아하지 않던 나물을 골고루 먹게 되었다. 이 곳에도 한국 분들이 운영하시는 반찬가게가 있는데 몇 번 혈당 폭탄을 맞은 후로는 발길을 끊었지만 정답은 결국 내 어머니에게 있었다.
이제 다시 공은 나에게 돌아왔다. 앞으로 이 곳에서의 식단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에 대한 정답은 나와있는데 이렇게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건 왜 일까..
검사 결과지를 출력해 화일에 넣으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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