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실수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의심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적어도 건강에 있어서는 당뇨병이 그와 비슷한 대접을 받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당뇨합병증’이란 이름은 적어도 당뇨병에 원죄를 묻는 것이니 말이다.
당뇨병의 억울함
제2형 당뇨병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랜 기간 동안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누적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당뇨병을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무튼, 건강에 대해서 만큼은 진지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며 40이 되고 50이되던 어느 날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게 되면 그제서야 당뇨합병증의 위험성에 대해 슬슬 걱정하기 시작한다.
당뇨합병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당뇨눈, 당뇨발, 당뇨성신장질환 등등 오만가지 질환 앞에 당뇨 혹은 당뇨성이라는 말을 붙여 병의 원인을 당뇨로 지목한다. 사실, 조금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당뇨합병증이라는 것이 당뇨병 진단을 받고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가 생길 정도의 식습관과 생활패턴을 수십년 유지해 왔다면 당뇨병이 생기기 전, 즉 당뇨병 진단이 내려지기 전에 이미 몸의 다른 부분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최근에는 당뇨병 진단이 내려지면 기본적으로 몸의 여러 부분에 이미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가정하고 접근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당뇨병의 억울함은 대사증후군에서도 찾아볼 수있다. 우리가 대사증후군 진단을 내릴 때 5가지의 기준 가운데 3가지 이상을 충족시키는 것을 진단 기준으로 삼는데 당뇨병도 5가지의 기준 가운데 하나이다. 즉, 5가지의 기준가운에 하나 일 뿐인데, 죄다 당뇨 합병증으로 엮어서 공포감을 키운다는 점에서 당뇨병의 억울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당뇨병과 신장질환
혈관이 지속적으로 높은 혈당에 노출될 경우, 특히 신장에 있는 작은 혈관의 경우는 쉽게 손상을 받게 된다. 그래서 당뇨병 진단을 받게 되면 눈과 함께 합병증에 가장 노출되기 쉬운 기관이 신장이다.
오늘의 주제인 당뇨병의 억울함에 대하여 신장질환이 언급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인 상태에서 신장에 문제 생기면 당뇨병성신(장)질환부터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긴 하다. 하지만, 분명 비당뇨성 신장질환도 엄연히 존재하는데 당뇨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혈당을 내리는 처방을 해서 문제가 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당뇨병과 함께 살아가기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 하자면 당뇨병은 먹는 것으로, 아니 먹었던 것으로 생기는 병이다. 따라서 그것을 고치는 것도 먹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극단적으로 가서는 곤란하다.
당뇨병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이다. 일단 위기감이 생기다 보니, 식단은 기본적으로 저탄고지 아니면 저탄고단으로 가능 경우가 많고 아예 초식 동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근육이 당의 대부분을 소비한다는 소리에 고단백 음식으로 보디빌더인 양 운동을 하기도 한다.
모든 방법들은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당뇨병을 평생 함께 살아야 할 동지로 생각한다면 결국에는 가장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이다. 그러한 면에서 위에 언급한 방법들은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동안 클리닉에서 많은 당뇨인들의 선택과 결과를 보고 내린 나름대로의 결론이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한다.
당뇨(혹은, 전당뇨) 진단을 받게 되면 우선 1 – 2 개월 내에 본인 체중의 10%를 감량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본인의 식단에 엄격할 필요가 있다. 지방과 단백질은 본인의 선택에 맡기더라도 우선 탄수화물 섭취는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본인 체중의 10%를 줄이고 난 이후부터는 평소 본인이 선호하는 구성으로 식사를 유지하되 전체 섭취량을 예전의 2/3정도로 유지한다.
운동의 경우는 최소한 땀이 날 정도로 해야 하는데, 절대 죽기 살기로 하면 안 된다. 당뇨병을 대하는 자세는 최대한 당근과 채찍이 공존하는 모습이여야 한다. 죽자고 하면 살 것이라는 말은 그냥 영화속에 대사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좋다.
물론, 죽기 살기로 혈당관리를 하시는 분들의 결과치가 더 좋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평생을 그렇게 혹독한 관리 속에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상위 1 -2 % 정도다. 적당히 치팅데이도 갖고 그 다음 다시 마음을 굳게 먹기도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 대안임을 오랜 시간 당뇨인들을 지켜보며 느낀 개인적인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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