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학 산업계의 발전 속도와 당뇨 신약군의 임상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 머지 않아 당뇨병도 쉽게 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처방되어지고 있는 당뇨약들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다양해 지고 효과적인 면에서도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그 작용 원리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예를 들어서 당뇨인의 경우 소화의 과정에서 당이 세포로 흡수되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아예 소화를 지연시키는 처방이 이루어 진다면 급속한 혈당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강제로 소화불량을 만드는 셈입니다. 물론, 제가 예로 든것은 아주 극단적인 경우일 수 있으니 담당 GP 선생님의 조언과 처방을 무시하라는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당뇨 확진을 받은 후에도 본능적으로 약의 복용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 두려고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운동과 식사 조절을 우선 시도해 보겠다고 선언을 하곤 합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굳은 결심과 의욕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운동과 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해 나갑니다.
이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슬슬 아주 자연스럽게 고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우선, 그 기간동안 운동과 식사조절을 열심히 했다면 당수치는 상당히 떨어져 있을테고 처음 당뇨 확정을 받을때의 충격은 이미 많이 누그러진 상태가 됩니다. 그리곤 이제 자신과의 타협이 시작됩니다. 당뇨인들이 말하는 치팅(cheating day) 즉, 하루 혹은 한끼 정도는 당수치를 신경쓰지 않고 마음 편하게 먹는 날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고, 밖에 비라도 오면 그 핑계로 운동을 쉬는 날도 조금씩 늘어만 갑니다. 백 번 양보해서 여기까지도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오늘 글의 제목인, Why me? This is not fair!!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소위 멘탈이 무너지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치팅데이를 통해 새삼 본인이 세상 미식가인듯 모든 맛을 혀끝으로 느낄 수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먹는 즐거움을 각성한 순간, 그리고 그 모든것이 이제 자신과는 다른 세상의 일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해 지기 시작합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병이 생긴것일까.. 술, 담배 그리고 온갖 야식을 즐기는 사람도 멀쩡한데 왜 나에게.. 그렇게 정신줄을 놓는 순간 결국은 몇 달간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예전과 같은 생활에 당뇨약만 추가 되는 상황으로 이야기가 종결됩니다.
이부분은 사실 당뇨 전단계인 저의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저도 한동안 같은 고민으로 오랜시간을 우울하게 보냈지만 결국은 이겨냈습니다. 요즘 저는 식사 조절과 운동을 하면서 늘 제자신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 그동안 너를 너무 함부로 사용하고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 남아 있는 내 인생은 너에게 좋은 것만 허락할께.. 참, 가끔 내가 사회생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이 있기도 할꺼야.. 자주는 아닐테니 그때는 이해를 부탁해!! “
당뇨는 아직 싸워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함께 가야하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살다보면 불공평해 보이는 일들이 그것도 하필 나에게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일은 돌이킬 수 없기에 최대한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좀 억울해도 결국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합니다. 지금 이순간도 나를 위해 애쓰고 있는 내 몸과 많은 대화를 하시길 권합니다.
---- 수秀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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