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면 슬퍼진다. 사진속의 나는 환하게 웃고 있어서, 이때의 나는 행복했었구나 하고 착각하게 된다.
– 드라마 연애시대 은호의 독백
오늘은 “착각”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흔히 신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가 “망각” 이라고 하는데, “착각”은 “망각”의 짝퉁 버젼인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저희 한의원을 내원하시는 환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많은 경우 이렇게 대화가 시작됩니다.
“선생님, 제가 작년까지는 그렇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서 갑자기 몸이….”
물론 실제로 그렇게 갑자기 몸이 안좋아진 경우도 있겠지만, 경험적으로 혹은 느낌적으로 환자 본인이 지난해에는 건강했었다 라고 소위 착각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힘겨운 이민 생활중에 한국에서와 같이 의료기관을 바로 찾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점이 그러한 의심에 힘을 실어주기도 합니다.
이제는 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당뇨병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당뇨병으로 병원의 확진을 받기까지는 환자 본인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다면 보통 길게는 10년 정도의 당뇨 전단계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설사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 본다도 하더라도 현재 뉴질랜드의 Lab Test를 통해서 받게 되는 기본 피검사는 당화 혈색소(지난 2-3개월 동안의 혈중 포도당 평균치) 수치를 보여주는 것이 전부라서 당뇨의 전단계를 가려내기에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통은 간이 혈당계로 식후 1시간 혈당을 측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데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 따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위에 말한 당화 혈색소는 측정 시점에서 당뇨병 확정 여부를 가려내는 것에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당뇨 전단계를 가려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이제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등장하게 됩니다. 우리의 몸은 당뇨병으로 가기전에 계속해서 아주 조금씩 위험 신호를 보내 준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서 알수 없는 피곤함, 갑작스런 체중 감소 또는 증가, 전신 가려움증등 아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얄밉게도 그 강,약 조절을 어찌나 세련되고 능숙하게 하는지, 마치 연애 전 썸 단계에서의 밀당처럼 걱정, 불안, 안심의 과정을 반복하며 결국 우리를 쉽게 착각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사실 오늘 이야기는 자칫 “건강 염려증”을 부추길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교민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지난해의 내 몸은 어땠는지에 대해 기억의 편집과정 없이 있는 그대로 기억해 두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증상이 악화되어서 의료 기관을 방문하게 될 때 그 편집되지 않은, 즉 착각이 가미되지 않은 기억은 담당 의료인이 정확한 진단과 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 내는데 있어서 커다란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소통이라는 단어가 인간관계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이 시대에 환자와 의료인의 관계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기반한 소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잠시 핸드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저의 예전 사진들을 보니 저 때의 나는 참 젊고 나름대로 괜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온전한 착각이 아니라 착각과 사실의 그 중간 정도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글을 마칩니다.
수秀 한의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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